시끄러운 곳에서 말이 잘 안 들린다면? 뇌 신호의 이상일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지하철 같은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 대화가 잘 안 들리거나, 유독 말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단순한 ‘귀 문제’라고 넘기기 쉽지만, 이건 청각이 아닌 뇌의 정보 처리 기능 저하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말을 잘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중년 남성(출처: 자체제작)

소음 속 대화 이해 어려움, 흔한 경험인가요?

누구나 어느 정도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말소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나치게 잦거나, 대부분의 소음 환경에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일 경우입니다.

이런 증상은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회식 자리
• 배경 음악이 큰 카페
• TV 소음이 있는 거실
• 교통 소음이 심한 거리

이럴 때 상대방의 말은 "잘 들리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고, 자꾸 되묻게 되거나 대화에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귀는 이상 없는데… 뇌가 놓치는 소리?

청력 검사는 정상인데 이런 불편함이 지속된다면, 문제는 ‘귀’가 아니라 ‘청각 정보 처리’ 역할을 맡는 뇌 영역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중추성 청각 처리 장애(CAPD)라고 부릅니다.

중추성 청각 장애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주변 소음이 있을 때 말소리 이해력 급감
• 대화 내용을 기억하거나 집중하는 데 어려움
• 전화 통화가 특히 힘듦
• 낱말의 구분이 어려워 오해 발생

이러한 기능은 주로 뇌의 청각 피질, 전두엽, 해마 등에서 처리됩니다. 해당 영역의 기능 저하나 노화, 만성 피로, 스트레스, 신경계 질환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뇌 기능 저하의 조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청각은 단순한 소리의 수신을 넘어서, 복잡한 ‘인지 작업’이 동반됩니다. 때문에 소리 구분력과 이해력 저하는 치매와 같은 뇌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 말귀를 자주 못 알아듣고 되묻는다
• 이전보다 대화 피로도가 크다
• 소리 자극에 민감하거나 둔감해졌다
• 기억력이나 집중력도 함께 떨어진다

하버드 의대 보고에 따르면, 청각 처리 저하가 인지 기능 저하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조기 치매 예방의 단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단순한 청력 테스트만으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검사를 병행하면 좋습니다:

• 순음 청력 검사: 기본 청력 확인
• 말소리 분별력 검사: 말 인식 능력 확인
• 뇌파 검사 (ABR, ERP 등): 청각 정보 전달과 뇌 반응 분석
• 인지 기능 검사: 전반적 뇌 처리 기능 점검

이러한 검사를 통해 단순 청각 이상인지, 뇌기능 이상인지를 구분할 수 있고, 치료 방향도 크게 달라집니다.

생활 속 점검 방법: 나도 의심 증상이 있을까?

아래 질문에 ‘예’가 많다면 정밀한 점검을 고려해보세요:

• TV 볼륨을 예전보다 크게 틀게 된다
• 전화 통화보다 문자 메시지를 선호하게 됐다
• 두 사람 이상이 이야기하면 대화 따라가기 힘들다
• 자꾸 “뭐라고요?”라고 묻게 된다
•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청각 자극과 뇌 기능, 함께 훈련해야 합니다

만약 조기 신호가 의심된다면, 청각 보조기기를 넘어 뇌의 청각 처리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효과적입니다:

• 소음 환경에서 책 읽기, 라디오 듣기 훈련
• 소리 따라 말해보는 청지각 훈련
• 단어 구분 게임, 기억력 게임
• 명상·이완 훈련을 통한 뇌 피로 감소
  
  

청력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훈련해야 하는 감각입니다

우리는 보통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끼지만, 청력과 뇌의 ‘이해력’은 단순한 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기 인식과 지속적인 훈련입니다.

한 번 무너진 신경 회로는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귀찮더라도, “잘 들리는데 이해가 안 된다”는 작은 이상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뇌를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가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혹시 주변에 이런 증상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을 함께 나눠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